“정치는 억강부약”… 벼랑 끝에서 배운 원칙
공직자 이재명의 신념은 삶에서 시작됐다: 강자를 억누르고 약자를 돕는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한마디로 “억강부약(抑强扶弱)”이라고 말한다.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돕는 정치는 그가 고통스럽고 벼랑 끝 같은 삶을 살며 터득한 절박함에서 나왔다. 그래서 이재명은 공직자로서의 원칙과 신념을 타협하지 않았고, 그 철학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 공직자로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입니까?
"억강부약입니다. 약자는 정치를 필요로 하지만, 강자는 정치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강자는 정치를 이용하죠. 그래서 정치는 반드시 약자의 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의’에 대한 집착이 남다른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살아온 인생 자체가 벼랑 끝이었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서 너무 많은 고통을 봤고, 직접 겪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공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뼛속까지 박혔어요. 제가 극단적으로 집요한 이유입니다."
△ 억강부약이라는 철학은 정책에도 반영됐다고 볼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청년 기본소득, 무상 산후조리, 공공병원 재건 모두 그 출발이 ‘사회적 약자’입니다. 기회를 못 가진 이들을 도와주는 일이 정치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해요."
△ 집행 속도가 빠르고, 강한 추진력으로도 유명한데요.
"신중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결정은 빠르지만 준비는 치밀합니다. 벼랑 끝을 걸어본 사람은 한 발 내딛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요. 그래서 실행엔 강하지만, 결정엔 신중합니다."
△ 극단적 선택의 순간에서 원칙을 지켜낸 일도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부동산 투기 문제를 막겠다고 성남의 토건세력과 정면 충돌한 적이 있었어요. 돈으로 회유도 받고, 새벽 협박 전화도 받았죠. 하지만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제 삶의 좌표는 언제나 ‘시민’ 쪽이었으니까요."
“과거엔 정의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방향은 같더라도 방식은 부드러워졌죠. ”
벼랑 끝에서 살아난 이재명, 그가 말하는 ‘정치적 부활’
대법원 판결 하루 전날 느낀 참수 공포… “죽기 직전, 세상이 달리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으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날을 꼽았다. 당시 그에게는 38억의 환수금, 정치적 낙마, 사회적 사망이 동시에 목전에 있었다. 그는 “정말 도끼가 목 한 치 앞까지 왔다”고 표현하며, 그 위기의 시간을 지나면서 인생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밝혔다.
△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시점, 어떤 심정이었습니까?
"정말 망이 망소이(亡而亡所矣), 죽기 직전이었어요. 여기서 참수당하나 보다, 그런 생각까지 했죠. 도끼가 목 앞까지 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 그 순간을 지나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죽음을 눈앞에 두니 세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전까지는 세상에 대해서 너무 각박하고 예민했는데, 그 이후엔 ‘이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싶더라고요. 웬만한 건 다 용서가 됩니다."
△ 정치적 판단도 달라졌습니까?
"과거엔 정의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방향은 같더라도 방식은 부드러워졌죠. 싸움이 아니라 설득과 공감으로 가려고 합니다. 억강부약은 같지만, 도구가 바뀐 겁니다."
△ 그 이후에도 강한 추진력을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요?
"벼랑 끝을 걸어본 사람만 압니다. 다음 발을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라는 걸. 그래서 저는 신중하게 결단하고, 한 번 결정하면 빠르게 실행하는 겁니다. 그건 제 생존 방식이기도 해요."
△ 이 경험이 대선 출마에도 영향을 주었나요?
"맞습니다. 억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배웠습니다. 지난 대선은 정말 온 힘을 다해 헤엄쳤는데 결국 강물에 떠내려갔죠. 이번에는 강물의 흐름을 보면서 방향을 잡겠습니다. 억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