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좌석 위쪽에는 물건을 얹을 수 있도록 쇠기둥 여럿으로 ‘가닥덕대’를 만들어 놓았다. 가닥덕대는 ‘여러 가닥의 막대기로 만든 덕대’를 말한다. 지하철에서 좌석 위에 설치되어 있고 짐을 올릴 수 있는 곳을 보통 ‘지하철 선반’이라 이르는데, 가닥덕대라고 부를 수 있겠다. 지하철 선반이라는 표현은 이제 덕대를 잘 쓰지 않고 선반과 덕대를 구별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물건을 얹어 두고자 만든 구조물을 이르는 말로 ‘선반·시렁·덕대’가 있다. 남북에서 두루 쓰는 말이다. 선반과 시렁은 만든 재료로 구별된다. 널빤지처럼 면을 가진 재료로 만들면 선반이고, 막대기처럼 길쭉한 것 두 개를 재료로 만들면 시렁이다. 덕대는 ‘덕’으로도 쓰이는데 선반과 시렁을 아우르는 말이다.
지하철 선반. 이미지 출처: 서울교통공사, 취재대행소예전 시골집 방이나 마루, 부엌에서는 시렁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집이 서양식으로 바뀜에 따라 시렁은 점차 익숙하지 않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막대기 두 개를 쓴 것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막대기 여러 개를 사용한 것도 시렁에 포함할 수는 있으리라 본다. 어차피 시렁도 잘 쓰지 않는 말이 되었으니 말이다.
시렁. 이미지 출처: 건강정보 블로그
'덕대'의 줄임말 '덕'은 황태덕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태 덕장은 황태를 말리는 덕장이다. 덕장은 '물고기 따위를 말리려고 덕을 매어 놓은 곳. 또는 그렇게 맨 덕.'으로 풀이된다.(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 지하철에 있는 덕대는 쇠기둥 여러 개로 되어 있어 시렁이나 덕대를 쓸 수 있겠다. '지하철 시렁', ‘지하철 덕대’나 ‘지하철 가닥덕대’가 ‘지하철 선반’보다 정확한 표현이겠다.
황태 덕장. 이미지 출처: 카메라둘러메고 대한민국구석구석
“로인은 아래방 가닥덕대 우에서 보자기에 싼 물건을 정하게 들어내리더니 밖에 나가 먼지를 깨끗이 털어가지고 품에 안고 들어섰다.”(장편소설 <그리운 조국산천>)
북한어 ‘덩굴덕대’는 ‘덩굴 식물을 키우기 위해 만든 덕대’, ‘고기덕’은 ‘물고기를 말리기 위한 덕대’, ‘말림덕대’는 ‘물건을 말리기 위해 설치한 덕대’를 말한다.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된 ‘빨래 건조대’를 말림덕대라고 불러 보면 어떨까?
아파트 빨래 건조대. 이미지 출처: 공간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