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어] 가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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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어] 가시집
  • 김태훈 기자
  • 등록 2025-04-03 06:00:02
  • 수정 2025-04-03 10: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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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집’은 ‘아내의 집’, ‘처가’를 말한다. 북한에서는 ‘가시집’이 처가와 같은 말이고, 한자말인 처가보다는 고유어인 가시집을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반면 남한에서 ‘가시집’은 ‘처가를 낮잡아 이르는 말’이고 일상적으로 잘 쓰이지도 않는다. 남한에서 잘 쓰이지 않는 이유는 ‘낮춤’의 뜻이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가시집에서 ‘낮춤’의 뜻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아마도 ‘가시내, 가시나’의 영향으로 보인다. ‘가시’에서 ‘가시내’가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가시’는 조선 초에도 쓰이던 말로 ‘아내’를 뜻한다. “처(妻)는 가시라.”와 같이 원래는 명사였지만 점차 쓰임이 줄어들어 이제는 접두사로 쓰인다. 


가시집을 ‘처가의 낮은 말’로 본 것은 <큰사전>(1947년)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조선말 사전>(1960년)에서 ‘처가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이했다가 <현대조선말사전 제2판>(1981년)에서는 ‘안해의 친정집’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 사이 북한에서 인식이 변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가시-’가 들어간 남북의 지역어를 보면, 중부를 제외한 북부와 남부 지역에서 두루 확인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사전에 ‘가시아버지, 가시어머니’가 있고 남한 사전에 없다. 이는 ‘가시-’에 대한 남북의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 


남한에서는 ‘가시-’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느낌이 이어지고 있고, 북한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는 북한에서 ‘처(妻)’를 대신하여 ‘가시-’를 쓰도록 노력한 결과로 보인다. 상황에 따라 ‘가시내, 가시나’도 ‘낮춤’의 뜻 없이 쓰이기도 하므로, 접두사 ‘가시-’를 살려 써 보면 어떨까?

생성형AI 제작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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